“죄송하지만, 앞자리는 안 됩니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한 발달장애인 A씨는 운전기사에게 이렇게 거절당했습니다. 이유는 ‘돌발행동이 위험할 수 있다’는 공단의 내부 기준. 하지만 이 단순한 한마디가 결국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결정권, 그리고 장애인의 동등한 권리를 가로막는 벽이었습니다.
그리고 수년 간 이어진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은 그 벽을 ‘차별’이라 명확히 선언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단지 한 기관의 내부 규정 문제를 넘어서, 공공서비스에서 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세운 중대한 사건입니다.
🚖 1. 서울시설공단의 ‘보조석 탑승 제한’ 기준, 왜 문제가 되었나?
서울시설공단이 수년간 운영해 온 장애인콜택시 운행 기준 중 하나가 ‘발달장애인의 보조석(앞자리) 탑승 제한’이었습니다. 이 규정은 일견 안전상의 이유로 제시되었지만, 실제로는 발달장애인들의 서비스 이용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 사건의 발단: 자폐성 장애인 A씨의 탑승 거부
2019년,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A씨는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하는 장애인콜택시를 예약했고, 현장에서 보조석 탑승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공단 소속 운전기사는 ‘공단의 운영 지침’을 근거로 보조석 탑승을 거부했습니다. 당시 서울시설공단은 내부 기준에 따라 다음과 같은 내용을 운전자들에게 교육하고 있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이동 중 돌발행동의 위험이 높아 보조석 탑승을 자제하도록 권고한다.”
즉, 개별 이용자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단지 ‘발달장애’라는 이유만으로 보조석 이용 자체를 일괄적으로 제한한 것입니다.
이같은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제기되었습니다.
📋 서울시설공단의 논리: ‘안전’을 위한 예방 조치
서울시설공단은 ‘보조석 탑승 제한은 안전을 위한 예방적 차원’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다음은 그들이 제시한 주장의 요지입니다.
- 도전적 행동(challenging behavior)의 가능성으로 인해 운전 중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 운전자가 운행 중 갑작스러운 신체접촉이나 오발언 등으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 승객 및 운전자 모두의 안전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규정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그 자체로 ‘모든 발달장애인이 돌발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전제에 기반한 일반화였습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도전적 행동’은 개인적 특성에 따라 다르며, 모든 발달장애인에게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 문제의 핵심: 자기결정권의 원천적 박탈
서울시설공단의 기준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기본권 침해 문제로 확대됩니다. 특히 쟁점이 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발달장애인의 개별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 제한을 가했다는 점
- 이용자의 좌석 선택권(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기관의 편의적 기준을 앞세웠다는 점
- 제한의 필요성과 비례성 검토 없이 사전적ㆍ일률적으로 탑승을 제한했다는 점
이는 결과적으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요소를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서울시설공단은 이 기준을 내부 지침으로만 운전자에게 고지했을 뿐, 승객에 대한 명시적 설명이나 동의 절차 없이 적용해 왔다는 사실도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 이전에도 유사 사례 존재했으나, 대부분 ‘묵인’
이번 사건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되기 전까지, 이와 유사한 ‘보조석 탑승 거부 사례’는 반복적으로 있었지만 언론이나 법적 문제로 비화되지 않았습니다. 장애 당사자나 보호자들이 상황을 감내하거나 항의조차 하기 어려운 현실이 지속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부 기사에 따르면, 일부 운전기사들은 해당 지침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해 갈등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는 결국 서비스 이용자에게 불합리한 차별과 낙인을 부여하는 구조로 작동하게 되었습니다.
🧑⚖️ 2.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은 어떻게 달랐나?
서울시설공단의 ‘보조석 탑승 제한’ 기준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차별인지 여부는 결국 행정 권고기관과 사법부 간의 법적 해석 차이로 이어졌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명백한 차별로 판단한 반면,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고, 마지막으로 대법원이 이를 확정하며 최종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 인권위의 판단: “정당한 사유 없는 차별행위”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3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의 진정을 심사한 끝에 서울시설공단의 ‘보조석 탑승 제한’을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발달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콜택시 보조석 탑승을 제한하는 행위는 부정적 편견에서 비롯된 차별이며,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및 발달장애인법이 보장하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인권위는 특히 다음 3가지를 중점 사유로 들어 ‘차별행위’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 장애 유형을 이유로 일률적으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한 점
- 개별 상황 고려 없이 사전적ㆍ포괄적으로 금지한 점
-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불리하게 대우한 점
이에 따라 인권위는 서울시설공단에 대해 보조석 탑승 제한 지침을 개선하라는 권고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이기에 서울시설공단은 이에 불복하고 법원에 권고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 1심 재판부의 판단: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
서울행정법원은 1심(2023년)에서 인권위의 권고 결정을 취소하며 서울시설공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 논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장애인콜택시 운영 의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아닌 ‘교통약자법’에 근거한다.
- 따라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의 정의가 적용되기 어렵다.
- 보조석 탑승 제한 기준은 단순한 서비스 운영 기준일 뿐, 법적 차별로 보기 어렵다.
즉, 해당 조치가 ‘차별’이라는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형식적 법해석에 기반한 결정이었지만, 장애계 단체들과 인권 단체들은 “법의 취지에 어긋난 판단”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 2심(항소심)의 판단: “명백한 차별, 인권위 권고는 정당”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2024년 항소심에서 판결을 뒤집고 인권위의 판단을 전면적으로 수용했습니다.
“모든 발달장애인에게 도전적 행동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사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일률적ㆍ사전적 보조석 탑승 금지는 정당화될 수 없는 차별행위이다.”
판결의 핵심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개인의 특성이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장애유형만으로 탑승을 제한한 점은 위법하다.
-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사유 없는 제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 인권위의 권고는 법적ㆍ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는 적정한 판단이었다.
특히 재판부는 공단 측의 주장에 대해 “보조석 탑승을 제한하는 기준이 반드시 운행 안전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며, 도리어 탑승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법적 기준의 충돌: 교통약자법 vs 장애인차별금지법
이 사건에서는 적용 법률의 해석을 둘러싼 법적 충돌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 1심은 장애인콜택시의 법적 근거가 교통약자법임을 강조하며, 차별 판단 기준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아닌 교통 편의 법령 중심으로 해석했습니다.
- 반면 2심과 대법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기본권 보장 취지를 중심으로 판단해, 공공서비스의 제공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이용제한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뤄졌다면 ‘차별행위’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처럼 같은 사실관계에 대해 법원이 어떤 관점과 법령을 중심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정반대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건에서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 3. 대법원 확정 판결의 핵심 요지
2025년 6월 12일, 대법원 특별3부는 서울시설공단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이는 곧, 발달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보조석 탑승 제한이 정당한 사유 없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었음을 의미합니다.
📘 대법원이 본 ‘차별행위’의 기준
대법원은 판단의 기준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과 「제14조」에 두었습니다. 해당 법령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제4조 제1항: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 또는 거부 등 불리한 대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 제14조 제1항:
“공공기관 등은 장애인을 위한 이동·이용상의 편의를 제공하여야 하며,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법원은 공공기관이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장애를 이유로 이용을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경우, 해당 제한이 과도한 부담 혹은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사정’이라는 정당한 사유가 입증되지 않으면 ‘차별’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이유
서울시설공단은 보조석 탑승 제한을 ‘운행 안전 확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하려 했지만, 대법원은 그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논거를 강조했습니다.
-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도전적 행동이 발생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 모든 이용자에게 보조석 탑승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개별적 사정 고려 없는 획일적 기준이다.
- 보조석 제한이 시설공단의 직무 또는 사업 수행상 ‘불가피한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
즉, 대법원은 서울시설공단이 스스로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삼아, 해당 기준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금지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 요건의 엄격한 해석
이번 판결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불가피한 제한’의 해석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판단기준을 제시했습니다.
- 정당한 제한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① 서비스 제공에 있어 현저히 곤란하거나
② 장애인의 권리 침해가 최소화되며
③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위험성이 확인되어야 함
서울시설공단의 기준은 단지 ‘도전적 행동 가능성’이라는 추정에 불과하고, 실제 사고 이력이나 위험도 분석 없이 일반화된 판단이었다는 점에서 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 보조석 이용 제한 기준의 위헌성은 아니지만, 위법성은 명백
이번 판결은 해당 지침이 헌법을 위반한 ‘위헌’이라는 판단은 아니지만, 실정법에 따른 ‘위법’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입니다. 즉,
-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 불리한 대우를 가한 차별 행위이며
- 시설공단이 이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제한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입니다.
🏷️ 판결의 효과: 단순 권고를 넘은 법적 기준 확립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 자체로 법적 선례로서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 향후 유사한 제한 규정을 도입하려는 공공기관은 대법원 기준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 장애인콜택시 운영지침,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정책 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 공공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장애인을 일률적으로 분리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객관적 증거를 기반으로 입증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공공기관이 보편적 서비스 안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 4. 이번 판결이 던지는 제도적ㆍ사회적 메시지
2025년 대법원 판결은 단지 장애인콜택시 보조석 탑승 문제만을 다룬 것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안전’이라는 명분 하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분리하거나 배제해왔는지, 그 기준을 어떻게 다시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입니다. 더불어 공공기관이 장애인을 대하는 방식의 ‘기본값’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 “안전을 이유로 한 제한”의 반복성과 위험성
서울시설공단의 사례는 공공서비스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반복되는 ‘예외주의적 제한’의 대표적 예입니다. 행정기관이나 운영 주체는 ‘이용자 보호’ 또는 ‘운영 효율’이라는 명분으로 개별 장애인의 사정이나 권리를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일괄적인 제한을 가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분명히 선언합니다.
“장애의 특성을 이유로 한 사전적·일률적 제한은, 정당한 사유 없는 차별행위다.”
이는 ‘예방’이라는 이름 아래 시행되어온 모든 편의주의적 행정 기준들이 이제 법의 검토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택시 서비스뿐 아니라, 학교 현장, 병원, 공공기관 창구 등에서 유사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개별성 평가의 필요성과 ‘맞춤형 공공서비스’로의 전환
대법원이 특히 강조한 것은 ‘개별성 고려’의 원칙입니다. 즉,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행동은 사람마다 전혀 다르며, 장애라는 정체성만으로 도전적 행동을 예단하거나 공공의 위험 요소로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정책과 서비스 기준이 전환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 개별 위험도 평가를 도입하고
- 필요시 전문가 판단(심리사, 보호자 의견 등)에 기반한 사전 조율을 거치며
- 시설·차량·인력 운영방식도 유연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단순한 ‘장애인 차별 금지’를 넘어, ‘장애인 맞춤형 공공서비스’를 사회 전체가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기합니다.
🗂️ 공공기관의 기준 설정 방식, 근본부터 다시 보기
서울시설공단이 제시했던 보조석 제한 기준은 법률이 아닌 내부 업무지침에 기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그러한 내부 기준조차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공공서비스의 일부로 간주하며, 헌법과 법률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는 곧, 앞으로 공공기관이 다음과 같은 기준을 고려해야 함을 뜻합니다.
- 장애인의 권리를 중심으로 한 기준 설정
- 내부 지침이라 하더라도, 법적 정당성 검토 필요
- 기준 공개의 투명성과, 불복 절차 안내의 보장
이러한 요구는 단순한 행정기준 수립이 아닌, ‘권리 중심 행정’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 타 지자체와 유사 서비스로의 확산 가능성
서울시가 시행해 온 장애인콜택시 운영 기준은 다른 광역시·기초자치단체에도 영향을 미쳐온 선도 모델이었습니다. 실제로 경기, 인천, 부산 등지에서도 ‘안전상 이유로 보조석 이용을 제한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유사 지침이 일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선례로 확정되면서, 다른 지자체나 민간위탁기관도 운영기준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나아가 다음과 같은 정책적 반응이 기대됩니다.
- 장애인콜택시 운영 매뉴얼의 전면 개정
- 보조석 이용에 대한 ‘사전적 제한 금지’ 조항 신설
- 운전자 교육 프로그램에 인권 및 권리 존중 내용 포함
-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장애인 당사자 참여 보장
📎 행정 편의 vs 장애인 권리… 균형을 요구한 첫 대법 판결
이 판결은 결국 ‘공공의 효율성과 편의’가 ‘장애인의 권리’를 앞설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첫 대법원 판례로 기록됩니다. 이는 추후 유사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 장애인 권리에 대한 제한은 예외적일 수밖에 없고
- 그 예외는 반드시 정당한 사유와 입증된 위험에 근거해야 하며
- 그 제한은 최소화되고, 개별적으로 조정 가능해야만 유효하다
이러한 판시 내용은 단지 장애인콜택시 이용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향후 교육, 의료, 노동, 복지 전반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모든 규정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점이 됩니다.
📌 5. 자기결정권과 안전 사이의 균형을 다시 묻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한국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근본적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이정표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안전을 이유로 한 제한이 곧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명확히 선언했다는 데 그 의의가 큽니다.
💡 보호와 통제는 다르다: 권리 보장의 새로운 관점
오랫동안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으로 간주하면서 동시에 ‘통제의 대상’으로 다루어왔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그 구조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발달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보조석 탑승을 막는 것이 아니라, 돌발행동을 우려해 미리 배제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명확히 선언합니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보호가 아닌, 동등한 참여의 원칙을 전제로 서비스를 설계하고 집행해야 한다.”
이는 ‘안전’이라는 명분으로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구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이제부터는 장애인을 존중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위험도 그 개인에 맞게 판단하는 ‘정책의 맞춤화’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 서비스 기준과 인권의 접점: 정량적 판단을 넘어서
시설공단은 이번 사건에서 ‘운전자의 부담’과 ‘안전 위험도’라는 정량적 요소만으로 제한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관점을 반영해 판단했습니다.
- 위험의 가능성은 추상적 두려움이 아니라 구체적 사실에 근거해야 하며
- 제한 조치가 과연 유일한 방법이었는지, 대안 가능성은 없었는지 살펴야 하며
- 그 제한이 장애인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은 충분히 고려되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향후 모든 공공기관에 요구되는 새로운 기준입니다. 더 이상 매뉴얼 중심 행정이나 관행적 제한이 용인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 장애인 권리와 공공서비스의 새로운 과제
이번 판결은 장애인 개개인이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사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는 단순히 법률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동등한 이용 기회’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그에 따라 다음과 같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 장애 유형별로 세분화된 이용 기준 마련
- 이용자의 특성과 권리를 존중하는 의사결정 체계 구축
-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인권교육 및 인식 개선의 일상화
- 민원 및 불복 절차의 실질적 가동
- 장애 당사자 및 가족의 정책 참여 확대
🎯 법의 취지와 현실 운영 사이의 균형을 다시 설계해야
이번 판결은 단지 한 명의 이용자가 보조석에 탑승할 수 있었느냐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공공서비스의 기본 철학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회’라는 목표는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 각 서비스가 어떻게 장애인의 실질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가
- 그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면, 그것이 반드시 필요한가
- 정당한 제한이라면 그 범위와 방법은 적절하게 설정되어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지속적으로 답해 나가야 합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차별’이라는 단어가 단지 혐오나 조롱의 의미를 넘어, 제도 속에 녹아 있는 ‘무심한 배제’도 포함된다는 점을 법적으로 선언한 판결입니다. 앞으로도 공공서비스는 편의보다 권리를 우선하고, 효율보다 존중을 중심에 두는 체계로 재편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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